년 2월 AI 및 로봇 연구 동향
1. 서론: 2022년, 가속화되는 AI 혁신의 서막
2022년 초 인공지능(AI) 분야는 전례 없는 성장의 기로에 서 있었다. 2021년 AI 분야 민간 투자는 935억 달러에 달하며 2020년 대비 두 배 성장했고, 이는 기술 개발의 폭발적인 가속화를 예고했다.1 이 시기는 단순히 기존 모델의 성능을 소폭 개선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과학적 난제 해결, 기술 접근성의 민주화, 물리적 세계와의 상호작용, 그리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다차원적 영역으로 그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한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본 보고서는 2022년 2월을 기점으로 발표된 주요 연구들을 통해 당시 부상하던 네 가지 핵심적인 기술적 이정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 AI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 도구를 넘어 핵융합과 같은 인류의 오랜 난제를 해결하는 능동적 행위자(agent)로 부상한 사례를 탐구한다. 둘째,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모델의 크기와 훈련 비용 문제에 대응하여,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방법론의 등장을 조명한다. 셋째, 로봇 공학이 더욱 정교한 학습 능력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실험실, 극한 환경 등 복잡한 물리적 공간에서의 역할을 확장하는 양상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AI 시스템의 복잡성과 사회적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기술의 내부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려는 산업계의 선도적인 노력을 추적한다.
이러한 네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1장에서는 AI 기술의 전반적인 성능 지표를 거시적으로 분석하고, 2장에서는 빅테크 연구소들이 발표한 선도적 연구를, 3장에서는 로봇 공학의 구체적인 진전을 심도 있게 다룬다. 최종적으로 결론에서는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하여 2022년 초 AI 기술의 거시적 트렌드와 미래를 조망한다.
2. AI 기술 동향 및 성능 지표 분석: AI Index 2022 리포트 심층 해부
스탠퍼드 인간중심 AI 연구소(HAI)가 발표한 ‘AI Index 2022’ 보고서는 2022년 초 AI 기술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1 해당 보고서의 계량적 지표를 통해 주요 AI 분야의 기술적 성숙도와 발전 속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1 주요 AI 분야별 성능 발전 현황
AI 기술은 다양한 하위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능 향상을 이루었으며, 특히 컴퓨터 비전과 자연어 처리 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졌다.
컴퓨터 비전 (Computer Vision): 시각 지능 분야는 성숙기에 접어들며 여러 과제에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정확도를 보였다.
- 이미지 분류: 이미지넷(ImageNet) 벤치마크에서 Top-1 에러율이 10% 미만으로 감소하며 2012년 대비 약 1/4 수준으로 정확도가 향상되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Florence-CoSwim-H 모델은 Top-5 정확도 99.02%를 달성하여, 특정 조건 하에서는 인간의 시각적 분류 능력을 초월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시사했다.1
- 안면 인식: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의 공급업체 테스트(FRVT)에서 최고 성능의 알고리즘은 0.1%라는 극히 낮은 오류율을 기록했다. 이는 기술의 상업적 및 사회적 적용 가능성이 극대화되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프라이버시와 감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1
- 의료 이미지 분할: 전문 의료 영역에서의 AI 활용이 급증했다. Kvasir-SEG 데이터세트를 활용한 연구에서, 최고 성능의 AI 모델은 92.2%의 정확도로 위장 용종 이미지를 분류해냈다. 관련 연구 논문 수가 2020년 이전 3개에서 2021년 25개로 급증한 사실은 AI가 고도로 전문화된 시각적 패턴 인식 능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의미한다.1
자연어 처리 (Natural Language Processing):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등장은 자연어 처리 분야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다.
- 기계 번역: WMT 2014 벤치마크에서 영어-독일어 번역 성능(BLEU 점수)은 35.14점으로, 2014년 대비 68.1% 향상되었다. 이는 AI가 언어의 복잡한 구조와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이 크게 발전했음을 입증한다.1
- 문서 요약: ROUGE 성능 측정 기준, ArXiv 및 PubMed 데이터세트에서 과거 대비 약 15%p 내외의 성능 향상을 보였으나, 최근의 성능 향상 속도는 다소 정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기존 벤치마크가 가진 한계 또는 현재 아키텍처가 가진 잠재력의 포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새로운 평가 방식이나 모델 구조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제기했다.1
시각-언어 멀티모달 (Vision-Language Multimodality):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은 AI 연구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 시각적 질의응답 (VQA):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VQA 태스크에서 AI의 성능은 2021년 기준 79.8%의 정확도를 기록하며, 인간 수준으로 평가되는 80.8%에 매우 근접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객체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이미지의 맥락과 객체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관련 질문에 언어적으로 답변하는 복합적인 추론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1
2.2 연구 개발 생태계의 변화
기술적 성능 향상과 더불어, AI 연구 개발을 둘러싼 환경 역시 급격하게 변화했다. 특히 훈련 비용과 시간의 감소는 AI 기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훈련 비용 및 시간의 급감: MLPerf 벤치마크 기준, 이미지 분류나 자연어 처리와 같은 대표적인 AI 모델의 훈련 시간은 2018년 6.2분에서 2021년 0.2분(13.8초)으로 27배 이상 단축되었다. 또한, 이미지 분류 모델의 클라우드 훈련 비용은 2017년 약 1,113달러에서 2021년 4.6달러로 4년 만에 223배나 감소했다.1
- 로봇 기술의 접근성 향상: AI 기술의 발전은 로봇 공학 분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AI 기반 로봇 팔의 중간 가격은 2017년 42,000달러에서 2021년 22,000달러로 46.2% 하락하며, 중소기업이나 연구실에서도 로봇 자동화를 도입할 수 있는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1
이러한 기술 발전의 정량적 지표는 아래 표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이 표는 2022년 초 AI 기술의 발전을 분야별 핵심 지표를 통해 직관적으로 비교하고, 각 기술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표 1: 2022년 AI Index 기반 주요 기술 성능 지표
| 분야 | 태스크 | 벤치마크/데이터셋 | 2022년 초 주요 성능 지표 | 과거 대비 향상률/의의 | 관련 자료 |
|---|---|---|---|---|---|
| 컴퓨터 비전 | 이미지 분류 | ImageNet | Top-5 정확도: 99.02% (MS Florence) | 2012년 대비 15%p 이상 향상 | 1 |
| 컴퓨터 비전 | 안면 인식 | NIST FRVT | 오류율: 0.1% | 최고 수준의 정확도 달성 | 1 |
| 멀티모달 | 시각적 질의응답 | VQA v2 | 정확도: 79.8% | 인간 수준(80.8%)에 근접 | 1 |
| 자연어 처리 | 기계 번역 | WMT 2014 (En-De) | BLEU 점수: 35.14 | 2014년 대비 68.1% 향상 | 1 |
| 자연어 처리 | 문서 요약 | ArXiv | ROUGE-1: 47.1% | 2017년 대비 약 15%p 향상 | 1 |
2.3 핵심 분석 및 시사점
AI Index 2022 보고서의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면 두 가지 중요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기술 성숙 곡선의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미지 분류와 같이 오랜 기간 연구된 분야는 성능이 점근선에 가까워지며 포화 상태를 보이는 반면, VQA와 같은 복합 추론 분야는 인간 수준에 도달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계 번역 성능이 2014년 대비 68.1%나 향상된 것은 트랜스포머와 같은 혁신적인 아키텍처가 특정 분야에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문서 요약과 같이 성능 향상 속도가 정체된 분야는 현재의 벤치마크나 모델 아키텍처가 해당 태스크의 본질적인 어려움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AI 연구의 초점이 단순 패턴 인식을 넘어 복잡한 인지 및 추론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새로운 접근법이나 평가 방식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연구의 민주화와 그 이면이 존재한다. AI 모델의 훈련 비용과 시간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1, 더 많은 연구 그룹과 스타트업이 최첨단 AI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는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긍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성 향상은 동시에 미·중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1 전 세계 AI 특허 출원은 중국의 급격한 증가에 힘입어 2010년 이후 76.9% 성장했으며, 이는 AI 리더십이 지정학적 리더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1 또한, 기술이 널리 퍼지면서 언어 모델의 편향성 문제와 같은 AI 윤리 이슈가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부작용을 낳았다.1 결국 ’연구의 민주화’라는 현상은 혁신 촉진과 윤리적·지정학적 리스크 증대라는 양면성을 지니며, AI 기술의 발전에 있어 기술적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규범 정립이 중요해졌음을 보여준다.
3. 빅테크 선도 연구 집중 분석: 2022년 2월의 이정표
2022년 2월은 DeepMind, Google Research, Meta AI 등 거대 연구소들이 AI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연구들을 발표한 중요한 시기였다. 이들의 연구는 각각 ‘과학적 발견’, ‘모델 효율성’, ’AI 투명성’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한 선도적인 해답을 제시하며 이후 AI 기술 발전의 이정표가 되었다.
3.1 딥마인드(DeepMind): 심층 강화학습, 핵융합의 불꽃을 제어하다
핵융합 발전의 핵심 장치인 토카막(Tokamak) 내부의 초고온 플라즈마는 극도로 불안정하여 수천 개의 자기장 코일을 이용해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이는 수많은 변수를 실시간으로 조작해야 하는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제어 문제로, 인류의 오랜 과학적 난제 중 하나였다.4
DeepMind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층 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을 적용했다. 먼저, 실제 토카막을 정밀하게 모사한 시뮬레이터(TORAX) 내에서 RL 에이전트가 수백만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제어 정책을 학습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플라즈마의 형태와 위치가 목표 값에 가까워지도록 정교하게 설계된 보상 함수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시뮬레이션에서 학습된 제어 정책을 스위스 플라즈마 센터(SPC)의 실제 토카막(TCV)에 성공적으로 이전(Sim2Real)했다. 그 결과, 기존의 제어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했던 눈송이(snowflake) 모양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생성하고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4
이 연구는 두 가지 중요한 기술적, 과학적 의의를 가진다. 첫째, AI for Science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는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수동적 역할을 넘어, 복잡한 물리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과학 실험을 주도하는 능동적 행위자가 될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한 사례다. 이는 재료 과학, 신약 개발 등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AI를 통한 발견의 가속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4 둘째,
강화학습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체스, 바둑, 게임과 같은 가상 환경에서 주로 성과를 보여왔던 강화학습이 1, 에너지와 같은 현실 세계의 복잡하고 중요한 문제 해결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증명한 것이다.4
3.2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 ’프롬프트 튜닝’으로 거대 언어 모델의 미래를 열다
GPT-3와 같은 초거대 언어 모델(LLM)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지고 있어, 특정 작업(downstream task)에 맞게 전체 모델을 미세조정(fine-tuning)하는 것은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소모한다. 또한, 작업마다 별도의 모델 복사본을 저장하고 서빙해야 하는 근본적인 비효율성을 야기한다.5
구글 리서치는 2022년 2월 10일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론인 **‘프롬프트 튜닝(Prompt Tuning)’**을 제시했다.5 이 방법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사전 학습된 거대 언어 모델의 모든 가중치를 **‘동결(frozen)’**시킨 채, 모델의 입력 임베딩 앞에 아주 작은 크기(예: 20개 토큰 길이)의 학습 가능한 벡터, 즉 **‘소프트 프롬프트(soft prompt)’**를 추가하는 것이다. 모델을 훈련할 때, 오직 이 소프트 프롬프트 벡터의 값만 업데이트한다. 이를 통해 수천억 개 파라미터 중 단 수만 개의 파라미터만으로 모델을 특정 작업에 맞게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5
프롬프트 튜닝은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기술적 기여를 했다. 첫째, 압도적인 파라미터 효율성을 달성했다. 모델 튜닝 방식 대비 수만 배 적은 파라미터만으로 대등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달성하여 LLM의 훈련 및 서빙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켰다.5 둘째, ‘하나의 모델, 다수의 작업’ 패러다임을 가능하게 했다. 단일 거대 모델을 동결 상태로 유지하면서, 각 작업에 해당하는 작은 소프트 프롬프트만 교체하여 수많은 작업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LLM 기반 서비스의 확장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길을 열었다.5 셋째, 일반화 성능을 향상시켰다. 튜닝하는 파라미터 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특정 데이터셋에 과적합될 위험이 줄어들어, 도메인이 다른 데이터에 대한 일반화 성능(resilience to domain shift)이 오히려 향상되는 결과를 보였다.5
프롬프트 튜닝의 혁신성은 기존 방법론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표 2: 대규모 언어 모델 조건화 방법론 비교
| 구분 | 모델 튜닝 (Fine-tuning) | 프롬프트 디자인 (In-context Learning) | 프롬프트 튜닝 (Prompt Tuning) |
|---|---|---|---|
| 모델 가중치 | 모든 가중치 업데이트 | 모든 가중치 동결 (Frozen) | 핵심 모델 가중치 동결 (Frozen) |
| 학습 대상 | 모델 전체 | 없음 (수작업 프롬프트) | 작은 크기의 ‘소프트 프롬프트’ 벡터 |
| 파라미터 효율성 | 매우 낮음 (모델 전체) | 해당 없음 | 매우 높음 (전체의 0.01% 미만) |
| 작업별 자원 | 작업마다 모델 복사본 필요 | 단일 모델 공유 | 단일 모델 + 작은 프롬프트 |
| 일반화 성능 | 과적합 위험 존재 | 프롬프트 설계에 크게 의존 | 도메인 변화에 강건함 |
| 관련 자료 | 5 | 5 | 5 |
이 표는 프롬프트 튜닝이 모델 튜닝의 ’성능’과 프롬프트 디자인의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혁신적인 접근법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는 LLM 기술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에 확장 가능하게 만든 핵심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3.3 메타 AI(Meta AI): AI 블랙박스를 열기 위한 노력, ‘시스템 카드’
AI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AI가 어떻게 작동하고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투명성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의 ’모델 카드’는 단일 AI 모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인스타그램 피드 랭킹과 같은 실제 제품은 여러 모델, 규칙, 데이터 파이프라인, 인간의 개입이 복합적으로 얽힌 ’시스템’으로 작동하기에 모델 카드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을 제공하기 어렵다.6
이에 메타 AI는 2022년 2월 23일, AI 시스템 전체를 조망하는 새로운 문서화 프레임워크인 ‘시스템 카드(System Card)’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6 시스템 카드는 단일 모델을 넘어, 시스템의 목표, 구성 요소(여러 모델 및 그 상호작용), 데이터 사용 방식, 성능 측정 기준, 잠재적 한계 및 완화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설명한다. 메타는 인스타그램 피드 랭킹 시스템에 대한 프로토타입 시스템 카드를 공개하며, 이 카드가 사용자의 행동(좋아요, 댓글 등)을 입력받아 순위를 예측하는 여러 모델의 조합, 콘텐츠의 최신성이나 사용자와의 관계 등 비-AI적 규칙의 역할, 그리고 시스템이 어떻게 개인화된 경험을 동적으로 제공하는지를 설명했다.6
시스템 카드의 제안은 책임감 있는 AI(Responsible AI)를 위한 중요한 진전이다. 첫째, AI 투명성에 대한 논의를 ‘모델’ 수준에서 ‘시스템’ 수준으로 확장하여, 실제 제품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둘째,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투명성과 악의적 공격에 대한 취약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는 책임감 있는 AI 개발이 단순한 기술 공개가 아닌,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과제임을 시사한다.6 마지막으로, AI 시스템은 끊임없이 학습하고 변화하기에 시스템 카드 역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어야 하는 ’살아있는 문서’임을 강조하며, AI 거버넌스의 동적인 특성을 반영했다.6
3.4 핵심 분석 및 시사점
2022년 2월 빅테크 연구소들의 발표는 AI 기술의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했다.
첫째, AI의 역할이 ’분석가’에서 ’행위자’로 재정의되고 있었다. 딥마인드의 핵융합 제어 연구는 AI가 주어진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는 수동적 분석가를 넘어, 물리적 세계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복잡한 시스템을 제어하는 능동적 행위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4 과거 AI는 주로 분류, 예측, 생성 등 정보 처리 영역에 머물렀으나 1, 핵융합 제어는 실시간 의사결정과 물리적 제어를 요구한다. 이는 강화학습의 발전이 AI의 적용 범위를 디지털 세계에서 물리적 세계의 복잡한 동역학 시스템으로 확장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3장에서 다룰 로봇 공학의 발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거시적 흐름이다.
둘째, 지속가능한 AI를 향한 기술적 수렴이 나타났다. 구글의 프롬프트 튜닝은 계산 효율성을 5, 메타의 시스템 카드는 사회적 책임성을 추구한다.6 이 둘은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지속가능한 AI’라는 더 큰 목표 아래 수렴한다. LLM의 규모가 커질수록 에너지 소비와 비용 문제가 심각해지며 7, 프롬프트 튜닝은 이에 대한 직접적인 기술적 해결책이다. 동시에, AI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회적 반감과 규제 압력이 증가하며 8, 시스템 카드는 이러한 사회적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다. 결국, 기술적 효율성과 사회적 수용성은 AI 생태계가 붕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두 개의 축이며, 2022년 2월의 연구들은 이 두 축을 강화하려는 산업계의 전략적 움직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4. 로봇 공학의 지평 확장: 자율성과 적응성의 진화
2022년 초 로봇 공학 분야는 AI 기술, 특히 딥러닝과 강화학습의 발전에 힘입어 학습 능력의 심화와 적용 범위의 확장을 동시에 이루어냈다. 로봇이 어떻게 더 똑똑하게 학습하고, 더 어려운 환경에 도전하게 되었는지를 구체적인 연구 논문과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분석할 수 있다.
4.1 학습 기반 로봇 제어의 심화: 대표 arXiv 논문 분석
2022년 2월 arXiv에 공개된 논문들은 로봇 학습의 핵심적인 난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 사례 1 (arXiv:2202.00243): 상태 관찰자를 이용한 비디오 기반 적대적 모방 학습
로봇에게 행동을 가르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비디오 시연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고차원의 픽셀 정보로부터 로봇의 관절 각도와 같은 저차원의 상태 정보를 직접 추론하여 행동을 모방하는 것은 데이터 효율성(sample efficiency)이 매우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10 이 연구는 ’상태 관찰자(State Observer)’라는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모듈을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모듈은 로봇의 고차원 이미지(비디오 프레임)를 입력받아 저차원의 고유수용성감각 상태(proprioceptive state)를 추정하도록 사전 학습된다. 이후, 모방 학습 에이전트는 이 추정된 저차원 상태 정보를 활용하여 전문가의 행동을 학습한다. 이 접근법은 고차원 시각 정보 처리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비디오만으로 행동을 학습하는 기존 방식(Imitation from Observation)에 비해 샘플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두었다.10 - 사례 2 (arXiv:2202.02395): 재구성 가능한 로봇 팔을 위한 가변 에이전트
대부분의 로봇 학습 에이전트는 특정 형태(morphology)의 로봇에 맞춰 설계되어, 로봇 팔의 링크 수가 바뀌거나 길이가 달라지면 처음부터 다시 훈련해야 하는 경직성을 가진다.12 이 연구는 로봇의 상태(각 링크의 위치 등)와 행동(각 관절의 움직임)을 가변 길이의 ‘시퀀스(sequence)’ 데이터로 취급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순환신경망(RNN)의 일종인 GRU(Gated Rec-current Unit)를 에이전트 아키텍처에 내장했다. 그 결과, 단일 GRU 기반 에이전트가 링크 수가 2개, 3개, 4개로 변하는 다양한 로봇 팔 구성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여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로봇의 물리적 변화에 강건한(robust) 학습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연구다.12
4.2 극한 환경 극복을 위한 로봇 시스템
학습 능력의 심화와 더불어, 로봇 시스템은 더 복잡하고 도전적인 환경으로 그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었다.
- 사례 1: 아르곤 국립연구소의 자율주행 실험실 ‘Polybot’
아르곤 국립연구소는 AI와 로봇공학을 결합하여 과학적 발견 프로세스 전체를 자동화하는 ’자율주행 실험실’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에서 AI는 수백 개의 실험을 계획하고, 로봇 팔(‘Polybot’)이 실험을 수행하며, 그 결과를 분석하여 다음 실험을 다시 계획하는 ’닫힌 루프(closed-loop)’를 형성한다. 이는 신소재, 차세대 배터리,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의 개발 속도를 인간 연구자에만 의존할 때보다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14 - 사례 2: NASA의 다중 로봇 협업 프로젝트 ‘TRUSSES’
NASA는 단일의 고성능 로봇 대신, 여러 종류의 로봇(바퀴형, 다리형)이 협력하여 달이나 화성과 같은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지형을 탐사하는 ‘TRUSSES’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은 로봇들이 서로 팔을 연결하거나 밧줄로 묶어 가파른 모래 언덕을 오르는 등 물리적으로 협력하여 개별 로봇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또한, 각 로봇의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여 위험 지역을 표시하는 지도를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안전한 경로를 공동으로 계획한다.15 이 접근법은 단일 시스템의 실패가 전체 임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분산시키고, 시스템 전체의 강건성(robustness)과 적응성을 높이는 새로운 우주 탐사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4.3 핵심 분석 및 시사점
2022년 2월의 로봇 연구들은 두 가지 중요한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첫째, **로봇 학습의 이중 과제인 ’추상화’와 ‘적응성’**에 대한 도전이 본격화되었다. 고차원의 원시 데이터(비디오)에서 핵심 정보(상태)를 추출하는 ‘추상화’ 능력(arXiv:2202.00243)과 로봇 자신의 물리적 변화에 대응하는 ‘적응성’(arXiv:2202.02395)은 로봇이 범용성을 갖추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비디오 모방 학습은 로봇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을 용이하게 하고, 재구성 가능 에이전트는 로봇이 ‘어떤 몸으로’ 그 일을 수행할지 유연하게 결정하게 한다. 이 두 능력이 결합될 때, 비로소 로봇은 인간처럼 직관적으로 배우고 다양한 환경과 도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범용 로봇(General-Purpose Robot)으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기술적 단계들이다.
둘째, 로봇을 ’개별 지능’에서 ’협력 지능’을 갖춘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부상했다. NASA의 TRUSSES 프로젝트와 아르곤의 자율 실험실은 로봇을 더 이상 단일 개체로 보지 않고, 여러 에이전트가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14 TRUSSES는 물리적 협력을, 자율 실험실은 인지적(계획-실행-분석) 협력을 통해 개별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단일 로봇은 고장 시 임무 실패로 이어지는 단일 장애점(a single point of failure)이 되지만, 여러 로봇이 협력하면 한 대가 고장 나도 시스템은 계속 작동할 수 있다.15 이는 미래 로봇 시스템이 분산되고 협력적인 형태로 발전할 것임을 시사하며, 산업 자동화, 물류,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별 로봇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로봇 군집(swarm)이나 이기종(heterogeneous) 로봇 팀의 협력 프로토콜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임을 의미한다.16
5. 결론: 2022년 2월이 시사하는 AI의 미래
2022년 2월의 주요 연구들은 AI 기술이 나아갈 네 가지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이후 몇 달 뒤 세상을 놀라게 한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 혁명의 전주곡 역할을 했다.
첫째, 과학적 발견의 도구로서 AI의 역할이 재정립되었다. 딥마인드의 핵융합 제어와 아르곤의 자율 실험실은 AI가 단순히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을 넘어, 가설을 설정하고 실험을 수행하며 인류의 지식 경계를 확장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임을 보여주었다.4
둘째, 모델의 효율성 및 지속가능성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구글의 프롬프트 튜닝은 AI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야기하는 비용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5
셋째, 물리적 세계와의 상호작용이 심화되었다. arXiv에 발표된 로봇 학습 연구들과 NASA의 협력 로봇 프로젝트는 AI가 디지털 세계를 넘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물리적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음을 증명했다.10
넷째, 기술의 사회적 수용을 위한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논의가 성숙했다. 메타의 시스템 카드는 기술이 사회에 성공적으로 통합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투명성과 책임감에 대한 논의를 ’모델’에서 ‘시스템’ 차원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6
2022년 2월에 나타난 ‘효율성’, ‘과학적 응용’, ‘물리적 구현’, ’사회적 책임’이라는 네 가지 흐름은 서로 융합하며 현재의 AI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으로의 AI 기술은 이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며, 기술적 진보와 사회적 수용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미래 AI 시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AI 기술 발전이 22~25세 청년층의 고용률을 13% 감소시켰다는 연구 결과와 같이 17,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러한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18
6. 참고 자료
- AI Index 2022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https://www.spri.kr/download/23034
- AI Index | Stanford HAI, https://hai.stanford.edu/ai-index
- Trends – Artificial Intelligence (AI) - Bondcap, https://www.bondcap.com/report/pdf/Trends_Artificial_Intelligence.pdf
- Accelerating fusion science through learned plasma control …, https://deepmind.google/discover/blog/accelerating-fusion-science-through-learned-plasma-control/
- Guiding Frozen Language Models with Learned Soft Prompts, https://research.google/blog/guiding-frozen-language-models-with-learned-soft-prompts/
- System Cards, a new resource for understanding how AI systems work, https://ai.meta.com/blog/system-cards-a-new-resource-for-understanding-how-ai-systems-work/
- Google Research, 2022 & beyond: ML & computer systems, https://research.google/blog/google-research-2022-beyond-ml-computer-systems/
- Google Search’s guidance about AI-generated content, https://developers.google.com/search/blog/2023/02/google-search-and-ai-content
- Google Algorithm Updates & Changes: A Complete History - Search Engine Journal, https://www.searchenginejournal.com/google-algorithm-history/
- Adversarial Imitation Learning from Video using a State Observer, https://arxiv.org/abs/2202.00243
- Adversarial Imitation Learning from Video using a State Observer - arXiv, https://arxiv.org/pdf/2202.00243
- Malleable Agents for Re-Configurable Robotic Manipulators, https://arxiv.org/abs/2202.02395
- Malleable Agents for Re-Configurable Robotic Manipulators - arXiv, https://arxiv.org/pdf/2202.02395
- Autonomous Discovery | Argonne National Laboratory, https://www.anl.gov/autonomous-discovery
- Helping robots work together to explore the Moon and Mars - Penn Engineering Blog, https://blog.seas.upenn.edu/helping-robots-work-together-to-explore-the-moon-and-mars/
- Recent Advances and Challenges in Industrial Robotics: A Systematic Review of Technological Trends and Emerging Applications - MDPI, https://www.mdpi.com/2227-9717/13/3/832
- “AI 로봇”에 대한 주요국별 대응 동향, https://www.irsglobal.com/bbs_shop/read.htm?board_code=rwdboard&idx=28146&cate_sub_idx=30797
- Incorporating AI impacts in BLS employment projections: occupational case studies, https://www.bls.gov/opub/mlr/2025/article/incorporating-ai-impacts-in-bls-employment-projections.htm
- Growth trends for selected occupations considered at risk from automation, https://www.bls.gov/opub/mlr/2022/article/growth-trends-for-selected-occupations-considered-at-risk-from-automation.htm